도도새 – 1996년 봄

도도새

중력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부터
우리는
기어다녔다.

모리티우스 섬.

대지를 무릎 설 만큼
하늘의 필요를 느끼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날개는 삭아들어가고,
하늘을 멀어져가고,
그리고
땅에서의 안주는 편해져만 갔다.

한 발의 총성이 울릴 때까지,
섬이 세상에 펼쳐질 때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다.

중력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부터
우리는
장미빛 철창 속으로
그렇게
기어만 갔었다.

– 1996년 봄 –

결혼이야기

밤새 프로젝트를 하고 아침에 들어와 잠이 든 사이에 모처럼 재미난 꿈을 꾸었다.

꿈 속의 나는 결혼 1~2년차 정도 되어보이는 남편이었고
아내와 다툼이 있어 며칠 간 소원해져 있는 상태였다.
애는 아직 없는 것 같았고,
친정집이 가까운지 친정 부모님들이 자주 왕래하는 듯 보였다.

뚱해있는 아내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이리 저리 애를 쓰다
결국에는 화해하고 해피엔딩,
그리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현실로 복귀

요 며칠 새 결혼 이야기를 많이 들은 탓인가 싶기도하고
꿈 속 내용이며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이 났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리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리가 재미있는 설문조사 내용을 알려주었다

미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기혼남성 – 미혼여성 – 기혼여성 – 미혼남성 순이 었다고 한다.

결혼을 이야기 하고 바라는 쪽은 여성이 많지만
(미국에서 조차) 막상 결혼이 필요한 쪽은 남성이라는 얘기.

이 단순한 설문 결과를 가지고 여러가지 재미있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혼남성과 미혼여성이 인기가 있는 것은 그들이 상대적으로 행복하기에
더욱 멋스러워 보이기 때문’ 이라거나
‘미혼남성은 미혼여성에게 극진히 대하지만 결혼 후에는
기혼여성이 기혼남성에게 극진히 대하기 때문’ 이라거나

아무튼 오랜만에 찾아온 재미난 꿈 덕분에 모처럼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설마 예지몽?.. 쿨럭 ㅡㅡ;;;

우종에게 – 1995년 1월

우종에게

가끔씩은,
생각나는 이름이 있습니다.

편지 속에 담겨온
갑절의 정겨움.

악의와 오해는
시공의 차 속으로,

함께 했음의 즐거움은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소중함의 인식은
결여에서 옵니다.

가끔씩은 부르고픈
이름이 있습니다.

– 1995년 1월, 우종에게 –

그들을 – 1994년 봄, 시화전

그들을

나는 그들을 보았다.

사회의 구석진 곳에서
자신이 선택받은 이라 믿는
그들을

누군가에 의해 짜여진 틀 속에
자신을 짜 맞추며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다 믿는
그들을

그리고 지금 나는,

자신이 선택받은 이라 믿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다 믿는,

그들 속의 나를 본다.

-1994년 봄, 시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