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

집을 나서는 길에는 머리 위까지 낮아진 하늘이 성긴 빗방울을 떨구고 있었다.

저 너른 가슴으로도 하늘은 품고 있지 못할 슬픔, 괴로움, 안타까움들이 있는 걸까.

빗 방울 속의 수많은 나는 아스팔트 위로, 인파들의 우산 위로, 미처 준비치 못한 이들의 민망한 옷자락 위로 떨어지고,

나는 가만이 고개를 들어 긴 여정을 마치고 힘없이 돌아온 나를 맞는다.